숫자에 불과한 나이가 두려워졌다.
난 아직! (혹은, 벌써?) 스물셋인데
막연히 서른살즈음이면 저절로 이뤄져있을 줄만 알았던 일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눈앞에 덜컥 다가온다.
젠장, 벌써 어른취급이야?
아무리 재밌는 일을 해도 시간이 너무 느리게만 갔던 어린시절과는 달리 이젠, 지루한 일을 하고 있어도 시간은 너무 빠르게 간다.
불공평하고 또 불공평해.
그동안 배운, 아니 알 수밖에 없었던 것은 -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짜증나는 현실이 의기양양하게 '그게 맞아, 몰랐니?'라는 비웃음으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, 믿을 수 없는 거짓이 너무 많다는 것, 나란 인간 정도는 누군가의 잣대(절대적으로 상대적인)에 맞춰져 틈만 나면 쓸모없는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, 내가 상처받기 싫으면 누군가를 상처줘야 한다는 것- 이정도?
생각보다 너무 거칠다.
녹록치 않은게 너무 많아.
젠체하며 사는 걸 내 평생의 목적으로 삼고 싶진 않은데.
때묻고 찌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면 창피하다.
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.
슬프다 슬퍼.
끝을 알아챈 것 같아 슬퍼.
온전히 즐거워할 수가 없어서 더더욱이.
순수한 맘으로 궁극적 질문만 해댄 채 답이 없어 슬퍼하고
촉수가 예민해서 외롭고 슬퍼하던 우울에 찬 16살이 그립다.
그 맘이 아쉬운 거고, 그 숫자가 아쉬운 거다.
십년이 지나 서른 셋이 돼도 그 맘은 여전히 아쉬울거다.
물론 그 숫자도 아쉬울테고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