생각해보니 3년 조금 더 된 사진이다.
한창 카메라를 잡기 시작해서 찍은 두번째 흑백롤로 기억한다.
첫번째 흑백필름의 피사체는 도서관 앞에서 뛰노는 꼬마.
그 아이의 사진을 암실에서 뽑아보고는 무척 신기했었는데.
두번재 흑백필름의 피사체는 오랜시간 함께했던 친구들과 할머니와 알바했던 꽃집.
할머니는 쑥쓰럽다고 하시면서도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나오셨고
현숙이는 자기 집 계단에서 부를 때마다 씽긋 웃으며 뒤돌아봐줬다.
수련이는 꽃집에서 내가 포장한 후리지아 꽃다발을 한가득 들고 하니같은 발랄한 머리로 기분좋게 웃어줬다.
이 꽃다발은, 꽤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누가 사갔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. -아르바이트 하는 동안 제일 정성 들여 만든건데 왜 그런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거지- 살면서 중요한걸 자주 잊는 편이 아닌데.
꽃은 아주 붉은 빨강.
포장지는 짙은 녹색.
탁자는 갈색.
흑백사진의 묘미는 파인더 안에서 들여다 보고 잡았던 색감이 머리속에만 들어있어서 사진을 보며 상상할 수 있다는 거다.
저 사진을 보면, 내 눈에는 셀로판지가 씌여진 것처럼 보이니까.
디카로 휙 찍어서 포토샵에서 흑백변환 시킨거랑은 차원이 다른 맛이다.
오랜만에 옛날 사진을 꺼냈다.
오랜만에 옛 생각을 좀 했다.
비왔잖아.
비에게 갖춰야 할 예의 두 가지.
김치부침개, 옛 생각하기.
